다함이를 보러 가는 날. 빨리 도착해서 어린이집 버스를 기다린다. 한참 후, 버스가 오고 다함이가 보인다. 선생님이
“다함아, 아빠 오셨네.”
하자 다함이의 표정이 달라진다. 문이 열리자 팔짝 뛰어 안긴다. 오늘은 다함이 반 친구들이 함께 왔다. 다함이 반 선생님이 따라오셔서인지. 다함이가 친구들을 소개해준다. 그리곤 팔찌라며 어디에서 떨어진 손잡이를 챙긴다.
내일 갯벌체험을 간다고 해서 다함이와 간식을 사러 하나로마트에 갔다. 어디 마트에 가느냐고 하길래
“정읍 하나로마트에 가자.”
했더니
“하나로마트 안 좋아. 가지 마.”
한다. 우리 아파트 앞에 있는 하나로마트는 작아서 다함이가 좋아하는 뽀로로 장난감이 없는데 그걸 생각한 것일까? 다함이가 뽀로로 장난감을 사달라고 할 때마다 하나로마트에 데리고 가서 장난감 있으면 사줄테니 찾아보라고 하곤 했는데 이제는 조심해야 할 것 같다.
다함이가 차 안에서 블록으로 총을 만들어 “뿌시, 뿌시”하며 쏜다. '부모와 아이 사이'를 읽고 다함이가 아빠나 할머니를 때리지 못하게 해야겠다는 걸 깨닫고 때리려하면 엄하게 했더니 "뿌시, 뿌시"하며 발로 차고 때리는 대신 총을 만들어 쏘는 흉내를 낸다. 할머니가 총에 맞고 죽은 척하니 생명수라며 손으로 입에 넣어준다. 그동안 뽀뽀해주며 살아나라고 하더니 어디에서 생명수라는 말을 들은 것인지. 아직 죽음의 의미를 모르는 다함이는 너무 쉽게 죽음을 말한다.
할머니가 장보러 가신 후, 이번엔 아빠에게 다가온다.
“아빠, 죽어!”
하며 총을 쏘길래 죽은 척하고 가만히 있었다. 한참 후
“생명수야, 살아 나.”
하며 내 입에 손을 갖다 댄다. 장난끼와 오기가 발동해 계속 죽은 척하고 있었다. 살아나야 하는데 반응이 없자
“아빠, 아빠!”
하며 울음을 터뜨린다. 그리곤 할머니를 부르며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살아난 아빠. 정말 놀랬는지 아직도 눈물이 가득하다. 내가 좀 심했나 싶기도 하지만 너무 쉽게 “죽어.”라는 말을 쓰는 버릇을 고치고 싶었다. 하지만 총 쏘는 것이 재미있는 다함이는 내일이면 또 하겠지.
혹시 친구들을 때려서 울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는데 할머니에게 그랬단다.
“친구들은 뿌시, 뿌시하면 울어서 안 때려. 선생님은 뿌시, 뿌시해도 안 울어. 선생님만 때려.”
유치원 선생님들도 많이 맞고 사시는구나.
그나저나 지금도 다함이와 말싸움하면 쉽지 않은데 앞으로는 어떨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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