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함이 사진

추석날 손가락을 다쳤어요.

Blue sky 22 2008. 9. 19. 00:30

  추석날 아침을 먹으러 할아버지 댁에 갔습니다. 사촌 누나들과 형, 동생이 있어서인지 다함이가 좋아합니다. 아빠와 아침을 맛있게 먹더니 조금 배가 부른지 형과 누나들을 따라 밖으로 나가 놀았습니다.

 

  그런데 조금 후에 들려오는 비명소리. 아무래도 다함이 목소리인듯 해서 뛰쳐 나가보니 오른손이 피투성이입니다. 놀란 작은 엄마가 물티슈로 닦아주는데 아픈지 못 닦게 합니다. 형과 누나들을 따라 놀다가 할아버지가 수집해놓은 돌들이 쌓인 곳에서 미끄러졌나 봅니다. 미끄러지면서 손을 짚었는데 그 위로 커다란 돌이 굴러 오른손 엄지와 검지를 눌렀고 엄지 손가락은 베었나 봅니다.

 

  아빠는 밥먹다 말고 다함이와 병원에 갔습니다. 어차피 교회를 가야하니 전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다함이를 안고 운전을 하며 가는데 아픈지 계속 웁니다. 울음이 잦아들다가 한 번씩 통증이 느껴지는지 다시 울음이 커지는데 어떻게 할 수 없어 마음이 아팠습니다. 다행이 울다 지쳐서인지 아픔을 잊기 위해서인지 잠이 들었습니다.

 

  으뜸병원 응급실에 갔습니다. 대일밴드를 세 개나 붙이고 갔는데 지혈이 제대로 되지 않았는지 피가 옷에도 묻어 있습니다. 밴드가 잘 뜯어지지 않아 칼로 뜯어내는데 겁이 나는지 움찔하더니 잘 참아냅니다. 다행스럽게도 생각보다 많이 찢어지지는 않아서 꼬매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합니다.

 

  피를 닦아내기 위해 과산화수소를 바르자 쓰라린지 발버둥을 칩니다. 다함이를 사랑해서 다른 것은 대신해 줄 수 있어도 아픈 것은 나도 끔찍해서 대신해 줄 수 없을 것 같았는데 막상 다함이가 아파서 우는 것을 보니 내가 아프고 말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소독을 끝내고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고 나니 울음이 사그라들었습니다. 그래도 다함이는 참을성이 좋은 편인 듯 싶습니다.

 

 

 

  손가락이 꽤 아픈지 오른손을 하룻동안 올리고 다녔습니다. 손가락이 아프다고 손을 올리는 것은 누가 가르쳐주었을까요? 가끔씩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어른들의 행동을 따라하는 다함이를 보면 재미있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나니 손이 내려왔습니다. 아픈 것이 많이 나았나 봅니다. 소파를 오르락 내리락하며 놀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결국 소파에서 미끄러졌고 미끄러지면서 반사적으로 손을 짚어버렸습니다. 까불다가 다쳤지만 달래야 하는 것은 아빠의 몫이었습니다.

 

  그나저나 추석날 아침에 다치는 바람에 할아버지와 숙모로부터 용돈을 못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