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단상/초등학교 교사

나는 교사가 된 것이 매우 기쁘다

Blue sky 22 2009. 6. 2. 21:11

나는 교사가 된 것이 매우 기쁘다.

- Elva Zachrison -

나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상인이 아니라 교사가 된 것을 기뻐한다.
상인은 여러 가지 물건들을 팔지만 나는 아이디어를 팔기 때문이다.

나는 큰 회사 사장의 화려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비서가 아니라 교사가 된 것을 기뻐한다.
비서는 편지를 쓰는 것을 도와주지만 교사는 학생들의 진로 결정을 도와주기 때문이다.
비서는 컴퓨터의 자판을 두드리지만, 나는 학생의 삶을 두드린다.

나는 커다란 빌딩을 짓고 만족해하는 건축가가 아니라 교사가 된 것을 기뻐한다.
건축가는 건축물을 짓는 것을 돕지만 나는 성품을 만드는 것을 돕기 때문이다.
건축물은 몇 십 년 밖에 못 가지만 성품은 영원토록 남기 때문이다.

나는 아름답고 황홀한 그림을 그리는 미술가가 아니라 교사가 된 것을 기뻐한다.
미술가는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리지만 나는 어린이의 기억 속에 그림을 그리기 때문이다.
미술가는 종이 위에 흔적을 남기지만 나는 영혼 위에 흔적을 남긴다.

나는 회계사가 아니라 교사가 된 것을 기뻐한다.
회계사는 금전적인 수지결산을 맞추지만 나는 인생의 수지결산을 맞추기 때문이다.

나는 큰 회사의 사장이 아니라 교사가 된 것을 기뻐한다.
사장은 업무와 숫자와 생명이 없는 금전을 가지고 일하지만 나는 활짝 열려있는 마음과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미래와 원칙을 가지고 일하기 때문이다.

나는 유명한 음악가가 아니라 교사가 된 것을 기뻐한다.
음악가는 바이올린의 줄과 피아노의 건반을 가지고 연주하지만 나는 마음의 줄을 가지고 연주하기 때문이다.

나는 웅변가가 아니라 교사가 된 것을 기뻐한다.
웅변가는 성인들을 감동시켜 박수와 찬사를 받지만 나는 아동을 감동시켜 올바른 선택을 하고 좋은 생각을 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나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교사가 된 것을 기뻐한다.
디자이너는 건물의 안과 밖을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는 일을 하지만 나는 손으로 만들 수 없는 마음의 성전을 조화롭고 균형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는 도예가가 아니라 교사가 된 것을 기뻐한다.
도예가는 도자기를 만들지만 나는 운명을 만들기 때문이다.

나는 통역가가 아니라 교사가 된 것을 기뻐한다.
통역가는 말과 아이디어를 번역하지만 나는 동기와 목적과 노력을 번역하기 때문이다.

나는 고고학자가 아니라 교사가 된 것을 기뻐한다.
고고학자는 땅에 묻힌 보물을 발굴해 내지만 나는 재능을 발굴해 내기 때문이다.

나는 탐험가가 아니라 교사가 된 것을 기뻐한다.
탐험가는 미지의 바다를 탐험하지만 나는 마음을 탐험하며 잠재되어 있는 마음의 보물섬과 신대륙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나는 국회의원이 아니라 교사가 된 것을 기뻐한다.
국회의원은 기성인들을 대상으로 일하지만 나는 미래의 시민을 대상으로 일하기 때문이다.

나는 과학자가 아니라 교사가 된 것을 기뻐한다.
과학자는 바윗돌의 신기함과 별의 아름다움과 식물의 신비와 하늘의 장관을 연구하지만 나는 두근거리는 인간의 마음 속에 있는 신비로움과 미지의 인생살이 그리고 일생동안 형성되는 성품을 연구하기 때문이다.



내가 교사라는 사실에 다시 한 번 가슴이 뛴다.

우리반 아이들의 미래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에 두려움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2002년에 썼던 글입니다.

 

이제 9년차가 되면서 가끔씩 내가 교사이어서 기쁘다는 사실을 놓칠 때가 많아졌습니다. 생각해보면 너무나 기쁜 일인데.......


 

'삶의 단상 > 초등학교 교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주일 간의 교생 참관 실습이 끝나고  (0) 2009.10.17
교실에 전자칠판 설치했습니다  (0) 2009.08.25
새로운 학교에서  (0) 2009.05.15
1정연수 중  (0) 2008.08.12
포기할 수 없는데......  (0) 2008.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