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단상/초등학교 교사

새로운 학교에서

Blue sky 22 2009. 5. 15. 23:00

2009년 3월 1일자로 전주지곡초등학교로 발령이 났다. 첫 발령지인 부안초등학교와 규모가 비슷하고 큰 학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어서 적응이 크게 어렵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학교를 옮기고 새로운 사람들과 어우러진다는 것이 쉽지많은 않은 것 같다. 그동안 다함이 사진과 동영상을 올릴 정신도 없었던 것을 보면.

 

문정초에서의 여유로움은 가족같은 분위기였다. 작은 학교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49학급, 62명의 교사, 교직원까지 하면 80명 가까이 되고, 1600여명의 학생들. 참, 정신없다. 그럼에도 나름대로 평가해보면 잘 적응해가고 있는 듯 하다. 문정초에서 다 좋았지만 내가 이해할 수 없고, 그래서 용납 되지 않는 한 사람 때문에 적지않은 스트레스를 받았기에 사실 새로운 곳에서의 생활이 두렵기도 했다. 더구나 작년 여름 받은 1정연수 덕분에 정보부장을 맡게 되었다. 보통 기존의 사람들이 부장을 맡게 되는데 굴러 온 돌이 부장 자리를 차지한 것에 부담도 느껴졌었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교직원들에게도 친절하게 대하려 노력했었다. 그런데 많이 적응이 된 것인지 요즘은 짜증이 나고 성격을 파악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조금은 사람을 가리게 되는 것 같고, 사람들의 반응에 쉽게 짜증을 내게 되는 것 같다. 그래도 내가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인정해준다는 것이 다행스럽다.

 

 

바쁘던 일상들 속에서 모처럼 하루 종일 집에서 보내는 스승의 날, 그동안 만났던 아이들을 생각하게 된다. 2001년 처음 가르쳤던 아이들은 이제 대학생이 되었을 것이다. 기쁨이, 두명의 민주, 소연이, 승연이, 회장이었던 민혁이, 그리고 얼굴은 떠오르지만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답답함을 주는 아이들. 가장 즐거웠던 첫 해. 정말 아이들은 나를 잘 따라주었었다. 어쩌면 그 아이들로 인해 나는 아이들의 수준을 높게 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월요일에 스승의 날 감사 편지를 썼는데 한 아이가 우리 반은 너무 조용해서 어색하다고 썼다.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조용한 반은 처음이란다. 그래서 조용하게 자기 일에 충실하던, 그래서 때로는 나에게 감동을 주던 첫 해 반을 이야기 했다.

 

물론 8년을 돌아보면 힘든 것도 있었지만 참 즐겁고 보람을 느낀 시간들이었다. 좀 더 아이들을 사랑하지 못하였음에 미안함도 갖게 되지만 아이들로부터 받은 큰 사랑으로 행복했다. 지금도 그 아이를 생각하면 답답하고 걱정이 되는가 하면, 공부는 못했지만 앞으로 참 잘 살거라는 기대를 갖게 되는 아이도 있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나오고 지금 뭘하고 있을까 궁금한 아이도 있고.

어쩌면 아이들은 학교를 다니면서 만났던 한 선생님으로 기억이 될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참 소중한 아이들이었다. 내가 그들의 인생을 책임질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들의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었기를 기대한다. 반기문 총장처럼, 또 유명한 연예인들 처럼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있을지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최선을 다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길 기도한다. 나 역시 언제나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성공한 인생은 아닐지라도 내게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며 의미를 찾고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고 싶다.

 

내일이면 또 지금 우리 반, 6학년3반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때론 미워지고, 답답해하고, 화를 내게 하는 아이들이지만 여전히 내가 사랑하는 아이들이며, 내게 삶의 의미를 주는 아이들임을 잊지 않고 싶다. 그리고 정말 사회에 필요한 아이들로, 자신의 삶에 충실할 수 있는 아이들로 자랄 수 있도록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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