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부터 한 아이의 자세를 교정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앉은 자세를 보면 허리도 숙이고, 어깨도 숙이고 아무말 하지 않으면 책상위에 머리를 기댄다. 점심을 먹을 때 자세는 왼팔은 땅바닥을 향해 내려가고 그러다보니 왼쪽 어깨가 축쳐져 몸이 기울어진다. 그리고 젓가락질도 못하고 숫가락도 이상하게 잡는다. 걷는 자세는 왼발을 내딛으면 몸이 왼쪽으로 흔들리고 오른발을 내딛으면 몸이 오른쪽으로 흔들린다. 그리고 왼발은 자꾸 안쪽으로 걸어 실내화를 보니 발 안쪽이 바깥쪽에 비해 심하게 닳았다. 그나마 실내화도 구겨신고 질질 끌고 다닌다.
아이들 중 자세가 바른 아이가 별로 없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심해서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지난 주부터 그 아이를 위한 '자세 교정기간'으로 정하고 자세가 바르지 못할 때마다 지적을 했다. 다른 아이들은 심하지 않으면 내버려 두었지만 그 아이는 조금만 자세가 틀어져도 지적하고, 점심시간에는 특별해 내 앞에 앉혀서 젓가락 잡는 법, 숫가락 잡는 법을 가르치고 제대로 되지 않으면 "숫가락!", "젓가락!"하며 지적했다.
의욕에 찼던 지난 주엔 나의 의욕 때문이었는지 눈치를 보면서도 자세가 잡히는 듯 했다. 점심 시간에도 제법 젓가락질을 할 수 있게 된 듯 싶어 다음 자세 교정 대상자를 물색해야겠구나란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이번 주가 되면서 모든 것이 처음으로 되돌아온 것 같다. 여전히 수업시간에는 점점 몸이 굽어져 고개가 책상에 맞닿고, 점심시간에는 "숫가락!"해도 반응이 없어 "숫가락 바르게 잡으라고."해야 그제서야 숫가락을 제대로 잡는다. 발전이 아닌 퇴보에 짜증이 나는데 옆에 앉은 아이가 눈치없이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을 먹나요잘못해도 서툴러도 밥잘먹어요."한다. 워낙 눈치없는 아이라 내가 째려봐도 무감각해서 또 짜증이 난다.
결국 오늘 점심 시간에 포기 선언을 했다. 다음 주부터 내 앞에 앉지 않아도 된다고, 이젠 스스로 알아서 하라고 했다. 나도 스트레스 받고 그 아이도 스트레스 받으니 그만 하고 싶다. 원래 몇 주 동안만 하려 했는데 기간이 짧아진 셈이다. 물론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고 끝나버렸지만.
바른 자세, 교사이기에 바른 자세를 가르치고 바른 자세를 갖도록 지도해야 하지만 받아들이기 보다 불편해하고 지겨워하고 귀찮아하는 아이들에게 강요한다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다. 어쩌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내적 동기부여를 한다는 것은 참 힘들다. 의욕이 없으니까.
아이들에게 다음 주부터 수업 자세가 바르지 못하면 벌칙을 부과하기로 했다. 상보다는 벌을 외적 동기부여로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쉬운 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바른 자세'를 포기하는 것 보다는 낫겠지.
가르침이란? ...... 참, 참, 어렵다.
몇일 전, 아이들이 열심히 과제를 하는 동안 뒷모습을 찍었다. 자신의 자세를 보고 스스로 교정을 해보도록 했는데 아이들이 별 느낌이 없나보다. 자신의 뒷모습보다는 다른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즐거워 한다. 상과 벌이라는 외적 동기부여가 아이들의 자세를 조금이라도 교정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몇 주 후 다시 한 번 뒷모습을 찍어서 비교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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