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많이 심난했다. 길지 않은 8년차이지만 올해처럼 학년배정에 스트레스를 받아보긴 처음이다. 6학년을 할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부안초에서 내리 5년을 5학년을 해야했던 기억이 문정초에서 마지막 1년을 또 6학년을 맡아 3년간 6학년을 맡는 것은 싫어 4학년을 지망했다. 작년에는 선생님들이 모두 모여 학년배정을 해서 올해도 한 번쯤 다른 선생님들과 의견조율이 있을거라 생각해서 상황봐서 다시 6학년을 맡을까하는 마음을 한 구석에 갖고.
선생님들끼리 협의를 하면 싸움이 일어난다며 객관적인 입장에서 조정을 해야한다며 교감선생님이 배정한 학년은 4학년. 그런데 출산휴가중인 조은정 선생님이 또 5학년에 배정이 되었다. 내리 3년을 5학년을 더구나 희망하지도 않은 학년에 배정된게 너무해 보였다. 그래서 교감선생님께 3년째 5학년을 맡게 되는 것인데 출산도 했고 문정에서 마지막 해이니 배려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출산휴가 때문에 1학년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조은정 선생님이 하겠다면 1학년을 배정할 수도 있다고 해서 전화했더니 좋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래도 3, 4월 기간제 교사가 1학년을 맡게 된다는 것이 부담스러우셨는지 1학년(이수연 선생님), 4학년(나), 5학년(조은정 선생님) 셋이서 협의를 해보라신다.
그럼 내가 1학년을 하고 조은정 선생님에게 4학년을 맡으라고 하면 어떨까 싶었다. 더구나 이런 때 아니면 누가 내게 1학년 맡으라고 하겠나 싶었다. 하지만 일장춘몽. 퇴근하는데 교감선생님이 전화를 하셔서 조은정 선생님이 5학년을 맡기로 했단다. 아무래도 내가 1학년을 맡는 것은 보기 안 좋은건가? 젊은(?) 남교사에게 1학년이란 감히 넘볼 수 없는 성역인가보다.
그렇다면 조은정 선생님이 4학년을 맡고 내가 5학년을 맡는게 좋겠구나 싶었다. 몇 시간 차이지만 그래도 시수가 적은 고학년이 아닌 중학년으로 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5학년 맡을 바엔 6학년을 맡는 게 나은데 이미 6학년은 정해져 어쩔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이 들긴 했다.
마음은 정하고 선생님들끼리 모여 협의할 기회에 내가 5학년을 맡겠다고 하려고 했는데 교감선생님이 기회를 안주신다. 이왕 5학년 맡을 거, 교감선생님께 선생님들끼리 모여 협의해도 싸움 나지 않고 서로 배려하며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교감선생님께 전화를 드려 5학년을 맡겠다고 했다. 그리고 조은정 선생님에게도 문자를 보내고.
내가 조은정 선생님에게 양보가 아닌 배려를 해주고 싶었다. 그 배려는 아내가 다함이를 임신했을 때 아내를 배려해 주셨던 선생님의 마음을 갚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분은 임신했을 때 아무도 배려해주지 않아 힘들었다며 자신이라도 임신한 아내를 배려해주겠다고 하시며 장학수업을 빼주셨다. 다함이가 예쁘고 튼튼하게 태어난 것은 그 분의 배려가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그 분의 배려가 내가 조은정 선생님을 배려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에 감사하다.
우리 다함이도 아빠처럼 다른 사람을 배려해 줄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할텐데 ^.^ 다함이에게 본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내가 다른 사람을 더 많이 배려해주고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2년 만에 다시 맡게 된 5학년. 어쨌든 6학년은 벗어난 셈이다. 아이들과 1년을 어떻게 보낼까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기도한다. 5년 간의 노하우가 발휘될 수 있기를, 그리고 아이들을 더 많이 사랑할 수 있기를. 2008년을 내 인생 최고의 해로 그리고 아이들과도 최고의 한 해를 보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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