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담당 판사인 크리스토프는 다음 날 재판 예정인 임레 그라이너와 안나 파체카스의 이혼 소송 서류를 검토한다. 유명한 젊은 의사이자 같은 초등학교를 나왔고 대학에 다니면서도 가끔 마주쳤던 임레 그라이너와 9년 전 우연히 만났고 그 후 몇 차례 만났던 안나 파체카스.
임레 그라이너는 크리스토프를 찾아 오고 놀라운 이야기를 한다. 안나가 십 년간이나 외면하며 살았던 진실이었다. 안나는 크리스토프를 사랑했다는 것이다. 안나의 영혼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크리스토프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임레 그라이너는 안나 파체카스가 죽어 있는 집으로 돌아간다.
누군가를 막연히 십 년이나 사랑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미 다른 사람의 남편이 되어버린 남자를.
대학 때, 호의를 보이는 동아리 여자 후배를 보며 혹시 쟤가 나를 좋아하나 하는 생각을 하다 몇 번 했었는데, 물론 그러다 설마 그냥 선배니까 그런거겠지로 정리했다. 그런데 혹시라도 말야, 안나 같은 여자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작가인 산도르 마라이라는 작가가 조국인 헝가리로 돌아가지 못해 뉴욕에서 자살로 생을 마쳤다는 데, 작가의 슬픈 인생이 작품마저 음울하게 한 것인지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음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