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단상/초등학교 교사

6학년 학예회

Blue sky 22 2009. 12. 18. 15:18

  어제 학예회가 끝났습니다. 신종플루때문에 학년별로 2시간씩 학예회를 했습니다.

  반별로 열심히 준비한 순서를 공연하며 재미있게 봤습니다. 교사들마다 방송, 동영상, 진행 이것저것 신경써야 해서 마음 편히 볼수는 없었지만 각 반별 특색이 드러나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도 다른 반과 비교해보고 우리반의 공연을 다른 반이 어찌보는지 궁금해했는데, 우리 반 핸드벨 공연 중 갑자기 반주하던 서현이가 지휘자를 보다가 틀려 아이들이 주춤했습니다. 상황을 수습하러 옆반 선생님이 무대위로 올라가 반주를 도와주었습니다.

  문제는 학예회가 끝난 후 아이들이 왜 옆반 선생님이 피아노를 쳐서 우리 반 공연을 망쳤느냐며 항의하는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담임으로서도 옆반 선생님이 반주를 해주어 화려하기는 했지만 그동안 연습했던 분위기와 전혀 달라 그닥 좋은 기분은 아니었지만 이미 끝나버린 상황을 항의한다고 달라질 리 없어 외면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점심을 먹고 교실에 올라가기가 겁났습니다. 남자 아이들은 무관심인데 여자 아이들은 공연을 망쳤다며 울기도 했거든요. 아이들을 달래며 우리 반끼리 다시 공연을 하기로 했습니다.

  5교시 모든 학년 학예회가 끝난 틈을 타 강당에서 우리 반끼리 공연을 했습니다.

 

 

 

 

  마이크가 꺼져 있어 어제보다 못한 것 같은데 아이들은 우리 반 연습한대로 공연을 할 수 있어서 뿌듯해합니다. 교실로 돌아와 동영상을 보여주며 애쓴 아이들에게 호도과자를 나누어줬습니다. 그런데 다들 먹느라 동영상은 별 관심없네요. 아이들이 원한 것은 옆반 선생님의 도움없이 우리 반끼리의 연주였나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5교시가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어제 울던 아이들이 환하게 웃음 지었으니까요.

  그래도 아이들에게는 차마 말하지 못했지만 어제 공연이 훨씬 나았습니다. 훠얼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