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다. 주변사람들이 교사라는 직업을 부러워하고 질투하는 이유인,
방학이지만 크리스마스와 놀토가 끼어있었고, 오래는 아니지만 학교에 일이 있어 출근을 한 탓에 아이들을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기쁨을 누리고 있다. 아이들을 만나고, 가르치고, 함께 하는 것이 행복이기는 하지만 삶의 변화라는 교육의 목적을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부딪히게 되는 여러가지 문제들, 갈등들은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준다. 그래서 미국은 교사들이 정신과 상담을 받을 수 있게 해주지만 우리 나라는 교사들의 스트레스에 관심이 없기에 그런 복지정책은 기대할 수 없고 스스로 해결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방학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는 시간이다.
이번 방학은 독서도 하며 좋아하는 미드도 보며 편히 쉬어 보려고 연수를 신청하지 않았다. 작년 여름 방학을 몽땅 연수에 투자했고, 겨울 방학에도 연수를 받았으니 올해는 좀 편히 쉬고 싶다는 생각이다. 일이 없고, 생각이 많아지면 복잡해지기도 하지만 생각의 정리와 스트레스 해소를 이번 방학의 목표로 생각하면 될 일이니.
그나저나 내년 업무분장 희망서를 어떻게 할지 고민이다. 2월에 해도 될 일을 겨울 방학 전에 나눠주고 1월 15일 전직원출근일에 내라고 하니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올해는 6학년에 정보부장을 맡았었는데 내년에는 둘 중 하나는 벗어나야 할 것 같다. 6학년 업무도 만만치 않은데다 3D업무인 정보부장이란 업무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올해는 뭣모르고 일에 치여서도 어떻게 지냈지만 내년에도 이렇게 지내는 것은 겁이 난다.
5학년 5년, 6학년 2년, 다시 5학년 1년, 그리고 작년 6학년. 내겐 4학년이 꿈의 학년처럼 느껴진다. 첫 학교에서도 3년째 4학년을 신청했다가 밀려났고, 두 번째 학교에서도 3년째 4학년을 신청했다가 출산휴가간 선생님 때문에 포기했었다. 그래서 내년에 4학년을 신청하고 싶기는 한데 학교 구성원을 생각하면 쉽지 않을 것 같다. 나보다 어린 여선생님들은 많지만 남자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업무를 포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 가능할까? 부장 수당이 짭짤하긴 하지만 차라리 수당 덜 받고 업무 부담없이 퇴근 시간되면 퇴근도 하고, 학교에서도 여유를 가지고 수업준비도 하고 싶다. 그런데 정보업무가 아니면 내가 어떤 업무를 신청해야지? 그러고 보면 첫 해가 가장 좋았던 것 같다. 육상부를 맡아 대회가 있으면 아침, 방과후 시간에 아이들 데리고 연습을 시켜야 해서 몸이 피곤하긴 했지만 우리 반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공문도 거의 없어 공문 때문에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에 돌아다녀야 하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시간이 가면서 점점 늘어나는 업무량은 때론 수업시간에도 업무에 정신이 팔려 있게도 만든다. 학교 업무 자체가 기하적으로 늘어가기도 하지만 내가 맡은 업무의 양은 급수적으로 늘어가는 것 같다.
4학년과 정보업무, 6학년과 쬐끔 편한 업무. 내가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업무분장 희망서를 작성할지 고민이다. 희망서를 제출할 15일까지 고민거리가 또 하나 생겼다.
오늘도 출근해야 한다. 2시부터 졸업생 시상 때문에 6학년 교사 회의가 있다. 정말 6학년 담임은 할일이 많다. 교무업무시스템에 졸업생 사진도 교체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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